지금, 쓰레기, 어떻게, 버리셨나요????ㅇ.ㅇ????????
🌊 10월 넷째 주 흐름레터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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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빤히 들여다보며 독자분들께
🧐 시간을 진두지휘하고 싶은 정칸트의 이야기,
🔪책도적의 가름끈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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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건 프로지만, 뉴스레터는 초보인 저희에게 피드백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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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끌려다니다 보면
어느덧 외딴 곳에 이른다
『시간 해방: 돈, 시간,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간 증식의 비밀』
댄 마텔 지음, 박영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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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정칸트의 아빠는 한때 '1만 시간의 법칙'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삶이 원하는 궤도로 굴러가지 않을 때 "1만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더라. 다 그 직전까지만 하고 안 해서 성공을 못하는 거래."라는 라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아빠의 말을 들으며 저도 그때는 '그런가? 그럼 나도 한 분야에서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십 수 년이 더 흘러, 다시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동의해?"
아빠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잘 모르겠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신뢰하던 아빠는 왜 모호한 대답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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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 년 전만 해도 유행처럼 번졌던 '1만 시간의 법칙'의 불씨가 꺼진 까닭은 사람들의 끈기가 사라져서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시간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시간을 적게 들인다고 꼭 실패에 이르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시간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을까요?
시간은 쓰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시간의 거래 수준은 총 세 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1단계 시간으로 돈을 산다.
• 2단계 돈으로 시간을 산다.
• 3단계 돈으로 돈을 산다.
먼저 고백하자면 저는 시간으로 돈을 사고 있습니다. 정칸트는 일주일에 5일, 9 to 6를 흐름출판에서 일하며 일정 급여를 받습니다. 많은 사람이 저처럼 시간 거래의 1단계에 머무르지만, 2단계 찍먹을 합니다. 저는 일정이 안 되거나 제가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을 때 '교정교열 외주자'를 찾아 원고를 부탁합니다. 즉, 돈으로 그 외주자의 시간을 삽니다. 회사에서 청소 직원을 고용하는 것도 2단계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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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예시로는 '토스'의 커뮤니티 팀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팀은 토스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업무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시간의 가치를 올릴 수 있게 돕는 것이죠! 토스는 직원들의 시간 거래 수준을 높임으로써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으로 돈을 사는 3단계 시간 거래의 예시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
시간 거래의 수준이 높아지면 자신만의 제국(영역)을 만들게 됩니다. 이들은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함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성공을 쌓아 나갑니다. 그러다 보니 직접 시간을 들이지 않은 일에서도 성과를 얻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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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시간 거래를 한 대표적인 인물로 앤디 워홀을 더올릴 수 있습니다. 앤디 워홀은 여러 작가들에게 자신의 업무를 위임해 함께 '앤디 워홀'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앤디 워홀이라는 이름으로 돈으로 돈을 사는 높은 수준의 시간 거래를 한 것이죠.
비슷하게는 나영석 PD를 떠올렸습니다. 나영석 PD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시키며 믿고 볼 수 있는 인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나영석 PD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모두 나영석 PD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라는 점에서 앤디 워홀과 비슷합니다.
자, 여러분의 시간 거래 수준은 어떤가요? 어떻게 하면 시간 거래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시간 해방』👇👇의 탐독을 권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제 시간을 어떻게 분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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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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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름끈: 책의 작은 줄 하나가 가진 역사와 이야기
“가름끈 어떤 색으로 할까요?”
“네?”
“가름끈 색이요.”
“음... 가름끈이 뭘까요?”
저에게 어떤 색이 좋을지 물으시던 북 디자이너 선배님은 제 대답에 한참을 저를 쳐다보시더니 ‘픽’ 웃으시고 저에게 거의 반나절 동안 책 만드는 공정을 하나하나 알려주셨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나게 고맙습니다. 편집자로 입사했지만 사실 책에 대해서는 1도 몰랐고, 한참 몸집을 키워가던 제 첫 직장은 저를 현업에 바로 투입만 했지, 알아서 배워라고 했었거든요.
여튼... 지금은 여러 환경적인 요인과 비용 문제로 양장제본을 싫어하는 저이지만, 가름끈만 보면 선배님처럼 웃음이 픽 나옵니다. 오늘은 이 가름끈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책을 펼쳤을 때, 중간에서 매달린 가는 끈 하나. 우린 이를 ‘가름끈’이라고 부릅니다.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지만, 책을 읽을 때 편리하게 페이지를 기억하게 해주는 고마운 도구이죠.
가름끈이란 말을 분석해 봅시다. ‘가름’은 '나누다' 혹은 '구분하다'라는 의미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는 가름끈을 "읽던 곳이나 특정한 곳을 표시하기 위하여 책갈피에 끼워 넣는 끈"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출판 현장에서는 '가늠끈'이란 표현도 심심치 않게 쓰입니다. “시간을 가늠해 보니까 지각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처럼 측정과 비교를 하거나, 기준과 예측을 할 때 우리는 ‘가늠’이란 단어를 씁니다. 무언가를 가늠한다는 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신중한 과정이죠. 책에서 바로 그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이 끈을 통해 책의 어디까지 읽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의미적으로 본다면 저는 가름끈, 가늠끈 둘다 맞는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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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가름끈은 리본 마커(ribbon marker)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ribbon은 프랑스어 ruban에서 유래하는데 말그대로 장식용 띠 또는 군복에 다는 훈장을 뜻합니다. 언뜻 기능보다는 형태에 집중한 이름 같지만, 역사를 따지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름끈의 역사는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에는 책이 현대처럼 대중화되지 않았지요.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등장하기 전에는 주로 수도사들이 한땀한땀 필사를 하고, 손으로 제본했기에, 책 자체가 고가품이었습니다. 그 내용도 성경이나 고전 위주였고요. 당연히 비싼 책을 함부로 할 수 없었겠죠. 한 페이지도 소홀히 다룰 수 없었기 때문에, 페이지를 접거나 펜 같은 걸로 표시하는 대신 천으로 만든 끈을 책에 끼워두고 읽은 곳을 표시했습니다.
특히 성직자들이 성경을 읽으면서, 여러 구절을 오랫동안 기억하거나 다시 찾기 위해 성직자들이 가름끈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책의 구조가 지금의 묶임 형태로 굳어지면서 가름끈은 더욱 표준화되었고, 양장 제본에서 필수적인 장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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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으로 시작한 가름끈은 그러나 점차 책을 돋보이게 하는 예술적 장치로 발전합니다. 초기에는 주로 면이나 비단으로 제작되었지만, 점차 고급 서적들에서는 가죽, 금속사가 쓰였고요. 금줄, 은줄을 쓰기도 했습니다.
현대에 와서, 책이 대중화되고 볼륨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면서 가름끈의 기능성은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예술적 장치로는 더욱 주목받게 됩니다. 특히 일부 한정판 책들에서는, 여러 가지 색깔의 가름끈을 삽입하여 독자들이 각각의 장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금이나 은으로 장식된 끈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책이 단순한 읽을거리 이상으로 소유의 상징이자 장식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겠죠.
지금도 가름끈을 예술적으로 활용한 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디션은 트와일라잇 스페셜 에디션의 가름끈입니다(하단 이미지 참조). 책의 디자인도 이쁘지만, 과감하게 쓰인 가름끈을 보고 있으면 소장욕구가 저절로 일어납니다.
굳이 가름끈의 유례나 역사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현대 건축의 중요한 원칙으로 “기능이 형태를 결정한다(Form follows function)”고 했던 것처럼 이제는 조금 번거로워진 가름끈도 그 기능에 따라서 형태가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책의 예술적 가치를 높여주는 장치가 되었다는 점은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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