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원서 GOOD TO GREAT)』의 저자로 유명한 짐 콜린스는 경제경영 편집자라면 한번쯤 만나고 싶은 저자, 만져보고 싶은 원고를 쓰는 작가입니다.
저도 주니어 편집자 시절, 짐 콜린스의 책을 적잖게 보면서 경제경영서의 흐름과 맥락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올해, 운 좋게도 짐 콜린스의 책을 편집할 기회를 얻었습니다(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책 링크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을 편집하고 나니 주변에서 책의 핵심을 정리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설명할까, 어떻게 요약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10여 년 전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에 살짝 방황하던 시절, 선배 T가 저에게 보내준 편지가 떠올랐습니다.
아마 제 옆에 짐 콜린스가 있었다면 T가 저에게 보냈던 편지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편지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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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술친구이자 더럽게 깐족거리는 후배 S에게.
힘들지?! 살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일을 겪게 된다.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착한 사람은 그 상황과 결과를 자신 탓으로 돌린다. 스스로를 질책하고 심하면 자신을 학대하기도 한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조금만 명민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왜 그 신호를 놓쳤을까? 혹시 그런 마음이라면, 그러지 마라. 지난간 일은 흘러가게 두자.
나에겐 평생 형제자매 걱정, 남편 걱정, 자식 걱정을 하신 어머니가 계셨다.
우리 엄마만큼 단단하고, 성실한 분을 나는 모른다. 정직하게 벌어 사셨고, 거짓말은 평생 모르셨다. 자신을 위해서는 천 원짜리 한 장 쓰지 않으셨다. 엄마는 그렇게 평생 형제자매, 남편, 자식들에게 헌신하셨다.
하지만, 그 별거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받지 못하셨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그 원인을 자신에게 찾으셨고 생애 마지막에는 우울감에 시달리셨다.
나는 그 꼴이 평생 보기 싫었지만, 엄마 편에 서서 싸우지 못했다. 지금도 부끄럽고 후회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우리 엄마 다음으로 (겉과 달리 속은) 착한 S야.
누가 뭐라는 너는 소중한 사람이다. 누가 뭐라든 네가 가려는 방향이 맞다. 누가 뭐라든 네 선택이 옳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보아온 너는 ‘내 길’을 갈 수 있는 단단함과 (근태가 엉망이긴 하지만) 성실함을 가졌다. 나는 그리 본다.
지금 상황을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면, 자학과 혼자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버리길 바란다. 물론 어디 세상에 100%인 것이 있겠냐만은... 나는 네 선택이 맞다고 믿는다.
남의 눈으로 너를 보지 말길...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말도 믿지 말길...
너의 눈으로, 감으로, 판단으로 선택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단단하게 나아가길...
내가 너보다 그래도 몇 해 더 살면서, 그리고 우리 엄마를 옆에서 보며 배운 게 하나 있다.
애정은 쏟을 만한 사람에게 쏟는 거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순 없다. 사람들에게 잘해야겠지만, 모두에게 그럴 수는 없다. 너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고, 네가 세운 기준과 원칙에 충실하고, 그렇게 내 일에 집중하면 좋겠다. 그렇게만 살아도 인생은 짧다.
잘 살자.
선배 T가
이 편지를 붙들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서로 사는 게 바빠서 T와는 1년에 한두 번 술잔을 기울이는 게 답니다만, 저는 T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사실 이 편지 빼고는 잘해주는 것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멘토, 리더란 그런 게 아닐까요!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는 관계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T 같은 사람, T가 살라고 하는 삶을 사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위대한 리더, 위대한 멘토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만의 사명과 기준을 세우고, 나와 함께할 사람과 그 길을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