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셋째 주 흐름레터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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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편집 후기와
😎 가정의 달을 맞아 "셈이 잘못 되었다" 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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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묘비명은 무엇인가요
『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
신현암 지음
by 책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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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언저리가 되면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모란공원입니다. 올해는 이리저리 차일피일 미루다 부처님 오신 날, 다녀왔습니다.
이곳에는 1970년 11월 13일, 22살의 나이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의 묘소가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읽고 이 청년을 만났는데요. 책 하나가 마음을 얼마나 흔들어 놓을 수 있는지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하면 너무 ‘라떼~’가 되니까 여기서 정리하고요. ^^
모란공원에 있는 전태일의 묘비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기독 청년, 삼백만 근로자 대표, 전태일의 묘
묘비 뒤에는 근로기준법을 안고 있는 전태일의 반신상에 놓여 있습니다. 조각상과 함께 나열된 세 단어는 전태일의 평생을 간략하게 그러나 명징하게 보여줍니다. 묘소를 찾을 때마다, 나도 내 삶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단어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러면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야 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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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공원에 있는 노동자 전태일의 묘>
이번 주에 출간될 <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는 묘비명에 대한 생각을 다시 자극한 계기가 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신현암 선생님과는 이미 3권의 책을 함께 만들었는데요. 둘 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고, 기업과 브랜드의 변천사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몇 해 전, 저녁을 먹으며 일본 이야기를 하다보니, 일본 기업의 원류까지 이야기가 올라갔고, 그 종착점이 바로 시부사와였습니다. 그렇게 ‘누가 읽어주기는 할까?’하는 두려움을 안고 책을 만들게 됐습니다.
시부사와는 올해 바뀌는 1만엔 권의 지폐 주인공이기도 한데요. 책은 시부사와 에이이치를 경영자의 관점에서 추적합니다. 그런데 시부사와의 별명이 재미있습니다.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 일본의 설계자, 주판을 든 사무라이, 피터 드러커가 추앙한 경영자
별명만 봐서도 어마무시하죠. 그는 도쿠가와막부 말기, 상인의 아들로 태어납니다. 한때 막부타도를 외치며 무력 혁명을 꿈꾸다가, 유럽 탐방을 계기로 칼을 내려놓고 자본주의를 입게 됩니다. 이후 행정가, 경영자가 되어 근대 일본 경제 체계를 설계합니다. 평생 500개의 기업, 600개의 사회공헌 단체를 세웠죠. 일본 최초의 은행과 주식거래소를 만든 것도 시부사와입니다. 500개 기업 중에는 도쿄가스, 일본전신전화공사(NTT), 여러 철도 회사는 물론 우리에게도 익숙한 기린맥주도 있습니다. 마치 경주에서 최부잣집 땅을 밟지 않고는 다닐 수 없다는 말처럼 지금도 시부사와가 만든 기업 없이는 일본에서 살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미쓰비시 같은 재벌을 만들어도 됐을 텐데 다른 선택을 합니다. 평생 청부론(깨끗한 부자)을 내세우며 재벌 회장님보다는 요즘으로 치면 벤처투자자, 사회사업가로 남았습니다. 노벨 평화상 후보에 2번이나 오르기도 했죠.
출판사 하나 만드는 것도 엄두가 안 나는 저로선, 어떻게 저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책을 만들면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배울 것이 많은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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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바뀌는 1만엔 권 지폐 견본,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지폐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 보면 또 그렇지 않습니다. 조선 말기 운요호 사건 이후 이 땅에 처음 등장한 일본의 제일국제은행의 주인이 시부사와입니다. 경인선, 경부선을 닦은 기업도 시부사와의 회사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는 침략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책을 편집하면서 신현암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시부사와의 묘비명을 쓸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책을 만드는 동안 혹시 독자들의 역린을 건드리진 않을까 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판단이 틀린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함께 했지요. 여기에 대한 평가는 독자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다만 ‘혐일’, ‘반일’을 넘어 ‘극일’하기 위해서는 ‘지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개똥철학입니다.
묘비명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어느덧 마흔 살 중반이 된 저는 요즘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을 더 자주 갑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묘비명을 생각합니다. 삼백만 노동자의 대표, 일본 자본주주의 아버지 같은 묘비명은 포기한지는 오렌지입니다. 한때는 100만부 베스트셀러 10권 만든 편집자 같은 욕망을 불태운 적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이것도 재미가 없습니다. 다만, 편집자로서 <전태일 평전> 같은 책을 한 권 만드는 것이 지금도 꿈입니다.
어떤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든 스스로 묘비명을 정의 내릴 수 있는 삶을 살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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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자본주주의 설계자』
*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책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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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절이 있었습니다.
뭐든 많은 게 장땡이라고 믿었던 무렵의 S를 힘들이지 않고 속일 수 있었던 때.
“네 5만 원짜리 1장을 저금통 속에 있는 500원짜리 동전 5개랑 바꿀래?”
“좋아!”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과감한 결정!
20배의 수익을 10초 만에 거둘 수 있었던 그 시절. 작은 손바닥 위에 올려진 동전 5개를 매만지며 짓던 S의 만족스러운 웃음은 속임수를 시전한 이에게 더 큰 즐거움을 선사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찬란한 시간은 이제 없습니다. (아아~!)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S는 돈맛(🐷)을 알아 버렸습니다. 초등학생으로서 맞이한 첫 번째 어린이날에 S는 할머니, 삼촌, 숙모, 언니오빠들로부터 다양한 선물을 받았죠. 인형, 스티커, 옷, RC카, 돈에 이르기까지. 물론 S는 굉장히 물질친화적인 친구라, 돈보다는 입에 손을 넣을 수 있는 팔베개용 고래 인형을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에서 시선을 뗀다는 건 아닙니다.
“내 거야 그거, 내 거라고.”
집착하죠.
그래도 아직까지 희망적인 것이 있다면, 돈에 대한 집중력이 짧다는 것입니다. 고작해야 10분 정도? 손에 쥐고 다니다가 걸리적거린다 싶으면 아무 데나 버려두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 ‘아, 이제야 오셨군요’ 하며 ‘줍줍’하면 됩니다. 야호!
아직까지는, 그래, 호시절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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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가 태어났을 때는 겨우 내 팔뚝 만했습니다. 그때는 우주의 좋은 기운이란 기운들이 나에게로 오는 기분이었습니다. (부모라면) 대부분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을까 싶지만요. 지금도 비슷한 기분으로 하루하루 커가는 걸 곁에서 지켜봅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믿지 않습니다. 아직 매운 맛을 못 봤구나, 하면서.
그런 반응들을 무조건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흘려 넘기지도 않게 됩니다. 전조는 감지하고 있습니다. S는 점점 많은 걸 배워오고, 점점 더 많은 걸 저를 상대로 시험합니다. 영어 단어를 물어보거나 구구단 문제를 내기도 합니다. 자기는 다리를 180도로 벌릴 수 있다며, 당연히 못할 걸 안다는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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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됩니다.
언젠가 제게 미적분 문제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학 풀이 유튜브를 구독 중입니다. 외국어에서 밀릴까봐 영단어를 암기하고 EBS 파워잉글리시를 듣습니다. 상식도 쌓아야 해서 신문을 읽고, 교양을 키워야 해서 인문서도 봅니다. 수시로 배를 찔러대며 “배야, 큰 배야, 쉽, 쉽” (간혹 욕으로 혼동되기도 하는) 언어유희를 구사해 새벽 운동을 합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올라갈 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걸 예전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더 가열차게 합니다. 해야 합니다.
네가 커가는데 왜 내가 더 바빠지는가?
이런 생각이 드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러니 S,
셈이 잘못 된 건 아니니?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으로 때우기에는 말이다!
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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