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아가다보면 느닷없이 맞닥트리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어떤 전조도, 그럴싸한 예고도 없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그걸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첫사랑이죠.
한번 마주하고 나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이번에 제가 만든 책은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이라는 책입니다.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고교생 주인공은 어느날 우연처럼, 운명의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하필이면' 몸 속에서 식물이 자라나는 희귀병을 앓고 있죠.
사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저는 (어쩔 수 없게도) 제 첫사랑에 대해 내내 생각했습니다. 멈추고 싶어도, 기억해내고 싶지 않아도, 문장을 읽을 때면, 자연히 떠올랐죠. 그 시절이, 그 정경이, 그 사람이. 시간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전시관에서 오래 전 그림들을 둘러보는 느낌이었달까요. 즐거웠습니다. 그 시절을 다시 더듬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무수하게 많이 존재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고, 안나 카레니나와 알렉세이 브론스키가 그랬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노르웨이의 숲> 속 와타나베와 기즈키가 그랬습니다. 산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 속 타카오와 유카리도요.
뻔한 결말에 질려버릴 법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사랑 이야기에 매료됩니다.
왜일까요?
대답하기 힘드시죠?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마, 다들 같은 대답을 하실 거라고 짐작됩니다.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이 어마무시하게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진한 슬픔과 함께 뜨거운 감동을 선사할 거라고는 자신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가슴 속에 품게 될 첫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알려줄 겁니다. 진심을 다해 상대를 위한다는 것이 100년 남짓한 짧은 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래서 그 사랑을 알게 해준 사람을 오래도록 기억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면서도 왜 늘 설레는 것인지를 말이죠.
20204년 여름, 이 책을 읽고 있을 당신과 당신 첫사랑의 눈동자에 건배를!
p.s.
그리고 아울러 덧붙이자면, S의 첫사랑을(여기까지 쓰고 보니 과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아무튼) 응원, 아니, 아직은 일단 가만히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봐, 모군. 쭉 성실해야 할 거야! 노려, 아니 지켜볼 테니까!
(그러니 모군, S를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