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메스!" "200줄 차지!"는 물론이고, 양손을 가슴 위로 들고 "이 수술 제가 집도합니다" 같은 대사들을 따라 하며 놀곤 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드라마 뺨치게 드라마틱 하다 보니 저도 같이 울고 웃으며 만들었습니다. (진짜로 한 방울 흘린 건 비밀)
어쩌면 앞서 만들었던 두 권이 모두 기술에 관련된 책이어서(『두 번째 인류』『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가 더 반가웠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시한폭탄 같은 각종 뇌 질환들과 두께가 1밀리미터도 채 되지 않는 혈관벽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신경외과 의사의 일을 보여줍니다. 복잡하고 예민한 뇌 안에서 단 1밀리미터를 전진하기 위해 몇 시간씩 씨름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나의 '1밀리미터의 싸움'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편집자의 일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1밀리미터의 싸움은 교정, 교열이 아닐까 싶은데요. 편집자들이 하는 일을 어떻게 보여주지... 하는 걱정이 들던 그때! 제 머릿속을 스치는 일화가 있었습니다.
때는 서이노 편집자가 『홀리데이 인 뮤지엄』을 편집할 당시였습니다. '짚어'와 '집어' 중 어느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게 그거 아니야?' 싶을 수도 있겠지만 편집자들에게는 밤을 새우게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프사 모두 진짜 주의)
(그러나 결국 '집'으로 갔다고 한다.)
항상 도움 주는 흐름 편집부 사랑해애애애액!!!!💙
종이책 만드는 편집자라고 하면 주변에서 종종 "너 그럼 맞춤법이랑 띄어쓰기 잘 알아?"라고 물어오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당당하게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맞는지 계속 신경 쓰다 보면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 찾아옵니다. 꼼꼼이가 맞는 건지 꼼꼼히가 맞는 건지, 왠지 오늘따라 꼼꼼이가 맞는 거 같고, 볼수록 '꼼꼼'이란 글자도 이상해 보입니다. ('꼼꼼히'가 맞습니다.)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우리에겐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있거든요.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가 필요할 땐 온라인가나다를 이용하곤 합니다. 웬만한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국립국어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놓으시면 좋습니다.
『1밀리미터의 싸움』을 만들 때에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말고 한 가지 난관이 더 있었는데요, 바로 의학 용어였습니다.
심지어 원서는 독일에서 출간되어, 독일어 의학 용어를 번역가께서 영어, 한국어로 옮기고, 그걸 또 감수자께서 재차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의학 용어나 책 속에 나오는 여러 묘사에 대해 맞게 표현됐는지 거듭 여쭤봤는데 끝까지 함께 봐주셔서 책이 무사히 출간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뇌는 우리의 몸을 컨트롤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병변을 완벽히 제거한다고 해도 환자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밀리미터가 아주 중요해집니다. 단어 하나로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편집자들도 점 하나로 몇날 며칠을 고민하곤 합니다. 꼭 의사나 편집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남들은 모르는, 그러나 전체의 인상을 결정짓는 1밀리미터로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여러분의 '1밀리미터의 싸움'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