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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일이(1-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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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말미, 저는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이라는 책을 가열하게 편집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타고난 문과생으로서 과학에는 문외한입니다만, 편집자의 업이란 어떤 분야의 원고가 주어져도 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닌가요?)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끌어다가, 안다고 생각해도 그조차 착각일 수 있다고 거듭 의심하면서 소행성 프시케로 탐사선을 쏘아 올린(👈유튜브 책 소개 보기!) 한 여성 과학자의 일대기를 다루는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원고에는 어려운 과학 용어와 이론, 실험과 탐험의 과정이 간간이 등장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렵지 않았고 제1독자로서 편집자가 글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 힘은 무엇이었냐면….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겠지만, 제 생각에 좋은 글은 사람이 드러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조금 우둘투둘하더라도 애써 꾸미거나 매끄러우려 하지 않는 글. 솔직하고, 거짓말하지 않는, 한 사람이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글을 저는 좋아합니다. 저만의 이런 기준에서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은 그 제목만큼이나 린디 엘킨스탠턴이라는 사람이 선명하게 보이는 글입니다. 

책날개의 지은이 소개에는 저자의 삶을 압축하는 이런저런 멋진 문장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어느 쪽을 펼쳐도 ‘나 잘났음^.^’ 하는 이야기뿐이라면(암 어 퀸카…) 저는 이 사람의 세계를 들여다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저자인 린디 엘킨스탠턴 본인이 “캄캄한 어둠”이라고 표현하는 삶의 여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성공한 과학자, 라는 세간의 평 이면에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성과 실패를 덜 위험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141쪽) 광대한 지질학의 위로에 기댄 시간, 과학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에게는 취약한 자리에 서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지구에서 태양 거리보다 세 배 더 떨어진 저 먼 우주로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발사시킨 위대한 과학자의 이야기가 아니라(~이기도 하지만), 흔들리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부침과 견딤과 이겨냄의 이야기입니다. 
무언가에 위로를 구하고, 그 위로를 준 그 대상을 사랑하고 그것을 좇은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지금의 우리에게도 힘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편집하며 제 마음속에 여러 문장이 남았지만 특히 오래 남는 부분이 있다면 여기입니다. 

평생 몰두해 온 연구를 나사 프로젝트로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두고 린디 엘킨스탠턴에게는 암이 찾아옵니다.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고 까무룩 정신을 잃는가 하면 온몸에 힘이 빠져 키보드 버튼 한 개도 누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견딜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의연하게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거듭 다독이면서 위기에 따라붙은 불안을 ‘소화해내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말하기까지, 불안을 스스로 다독이기까지 엘킨스탠턴이 지나온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성공’이라는 단어로 단순하게 압축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시간을 독자인 저도 이제 알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고 여러 번 되뇌는 그의 모습이 유독 깊이 남았습니다. 

한 사람의 ‘옆얼굴’이 보일 때 마음이 쏠리는 것 같습니다. 엘킨스탠턴은 힘든 시간을 견뎠고, 오래 바라던 것을 끝내 실현했습니다. 지금 그의 꿈인 프시케 탐사선은 우주 저 어딘가를 날고 있습니다. 린디 엘킨스탠턴의 이야기를 읽으며, 힘든 시간을 견딘 ‘린디’처럼 저도 ‘견뎠다’고 말할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힘든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요. 그게 이 책이 제게 준 선물입니다. 

재밌는 책입니다. 저희 엄마께서도 “과학자 이야기라고 해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술술 읽힌다”고 하십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읽을 책’을 만들고 싶었던 저에게 그런 점에서도 무척 뜻깊은 책이었고요.

다른 책들도 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서사’에 유독 푹 빠져 읽고, 만들었던 책입니다. 제가 몰입한 만큼,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일하는 태도,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또 각자 자리에서 치열하게(가열하게) 싸우는 분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입니다. 저도 올해는 이 책에서 얻은 힘으로, 이 마음으로 다 해내버리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디에서 삶의 힘을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책을 읽는 것도 힘을 얻는 방법 중 하나시겠죠? 그런 의미에서 올해도 흐름을 '주시해주시는'👁‍🗨 모든 레터 구독자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저는 더 좋은 책, 더 재미있는 책 들고 또 찾아오겠습니다.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