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세계와 메타버스를 설명할 때 게임을 예시로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가상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소통하며 지내는 진짜 가상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취미가 게임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게임을 좋아합니다. 주로 여러 사람과 즐기는 PC 게임을 즐겨 합니다. 게임이 왜 좋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그동안은 “그냥 재미있으니까”라고 대답했는데 『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를 편집하면서 내가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좀 더 당당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달까요?
그래서 이번 레터는 게임 유저로서 약간의 책임감을 가지고 쓰고 있습니다. 무려 용에게서 마을을 구하는 것도 잠시 미뤄두고 말이죠.
재미있게 써야 하는데, 저만 재미있는 내용이 될까 봐 걱정이 많습니다. 게임의 세계는 무한하기 때문에 게임이 취미라도 자기가 즐겨 하는 게임이 아니면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이거 알면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수 있다’ 하는 걸로 준비해 봤습니다. 바로 PC방 게임 순위 1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입니다.
먼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각 게임마다 따로 리그가 존재하긴 했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대회에 정식 종목이 된 것은 느낌이 새롭습니다. 『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의 저자 허먼 나룰라는 가상 세계의 가치는 가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세계의 확장과 세계 간 가치의 이동에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직접 확인한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잘 아는 페이커(FAKER) 선수는 롤 대표팀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페이커 선수가 'e스포츠가 스포츠가 맞느냐'라는 질문에 답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페이커 선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 스포츠 관념인데, 경기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역시 세계적인 선수는 생각의 깊이도 남다릅니다. (감동) 페이커 선수의 인터뷰를 통해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우리가 그동안 알던 것들이 새롭게 정의될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나, 어쩌면 미래 사회에 가장 먼저 적응할지도?☺
허먼 나룰라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3대 근본 욕구인 자율성, 유능성, 유대감을 가상 세계에서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상 세계를 꿈꾸고 메타버스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상 세계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방식대로 하며 점점 실력이 느는 것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내적 만족감을 채우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게임에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이것을 현실도피라고 할 수도 있지만 허먼 나룰라가 말하는 궁극적인 가상 세계는 현실 세계와 분리되어 도피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가치를 확장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이세계의 위대한 영웅이라는 꿈을 게임 속에서 실현하며 편집자와 영웅,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삶을 살고 있는 진정한 미래형 인간, 메타버스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여러 인생을 동시에 살고 있다니 삶이 정말 풍요롭고 재미없을 수가 없지요. 여러분도 츄라이, 츄라이.
그리고 이제 곧 그날이 옵니다. 바로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이 10월부터 11월까지 열립니다. 팬들이 롤드컵을 기다리는 이유는 물론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놀라운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도 있지만 매년 전년도 롤드컵 하이라이트를 요약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새로운 주제곡이 공개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해 주제곡은 '뉴진스'가 부른 ‘GODS’입니다. 뮤직비디오 주인공은 작년 최고의 유행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만든 데프트(Deft) 선수입니다. 페이커도 알고, 뉴진스도 알고, 중꺾마도 아는 당신, 어쩌면 ‘롤잘알’일 수도?
이 레터를 마치고 나면 저는 이제 한 세계를 구하는 용사가 되러 떠나야 합니다. 저 없으면 용에게서 마을을 지킬 사람이 없거든요. 진짜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