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든 책을 주변에 소개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책이었던 『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때는 ‘너 메타버스 좋아해?’였고, 꿈과 뇌과학의 연결고리를 다룬 『꿈의 인문학』 때는 ‘너 꿈에 관심있어?’ 였고, 『시골, 여자, 축구』 때는 ‘너 축구 좋아해?’였습니다. 이번에 나온 『바다 위의 과학자』를 소개할 때도 역시 ‘너 바다 좋아해?’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위의 질문들에서 ‘좋아해’는 사실 ‘잘 알아?’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잘 알아?’ ‘꿈 잘 알아?(이때 꿈 해몽해달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축구 잘 알아?’ ‘바다 잘 알아?’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잘 알려고 노력을 하지.”
비슷한 맥락에서 ‘(꿈, 축구, 바다 등) 이런 걸 어떻게 알아?’도 있습니다. 편집자라는 직업을 잘 모르는 제 친구들 눈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책을 구성하고 그걸 편집하는 제가 정말 그 분야들을 잘 알아서 책을 기획하고 만든 것처럼 보이나 봅니다. 물론 책을 만들기 위해 더 알아보고 찾아보긴 하지만 제가 저자들만큼 알 수는 없는 일이죠. 다만 알려고 노력을 할 뿐입니다.
누군가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바다 위의 과학자』를 만들면서는 해양과학자가 된 상상을 했습니다.
(눈을 감고) 나는 해양과학자다... 나는 지금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다... 뱃멀미는... (실눈을 뜨고 원고를 본다. 저자는 뱃멀미를 하지 않는다고 쓰여있다) 안 한다... (다시 눈을 감고) 나는 지금 망망대해의 밤하늘을 바라본다... 별이 쏟아진다... 좋(겠)다...
그렇게 저는 배를 타고 직접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해양과학자가 되어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 남극까지 다녀왔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바다를 여행한 후 이번엔 독자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나는 광화문 교보문고 과학 코너 앞에 선 독자다... 코끝에 교보문고 냄새가 난다... 나는 매대 위에 놓인 과학책들을 본다... 바다의 어떤 이야기가 궁금할까... 눈길이 가는 표지는... 눈길이 가는 제목은...
사람들이 해양과학자에게 궁금해할 것들을 상상합니다. 배 위에서 어떤 일상을 보낼지, 바다에서 무엇을 볼지, 바다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저자에게 독자들이 궁금해할 내용들을 말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책에 들어갈 내용들을 차곡차곡 채웁니다.
이런 과정 끝에 마감을 하고 완성된 책을 손에 쥐면 꿈에서 깬듯한 기분이 듭니다.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 얼떨떨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얼른 책을 홍보해야 하거든요. 이번에 저는 기자가 되어봅니다. 나는 기자다... 소개할 좋은 책을 찾고 있다... 어떤 소개글이 눈에 들어올까...
책은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창구라던데, 읽는 것만큼 만드는 일도 타인의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바다 위의 과학자』를 만드는 동안에는 바다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저는 곧 또 다른 역할에 몰입해야 합니다. 나는 수학자다... 세상 모든 것이 숫자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