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좀??? 좋네?????
아래에 소개할 책 『죽음 공부』의 경우는 어떠했냐면, 1차 제목안 중에서 ‘죽음 공부’라는 표현으로 표가 모인 뒤에도 여러 의견이 있었습니다.
“죽음을 공부까지 해야 하나, 제목이 좀 어렵다.”
“근데 책 자체가 다정다감, 위로 느낌이 아니다. 글의 맛을 생각하면 이 제목이 어울린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 많은데 이 제목으로 차별화가 되냐. 어떤 느낌을 독자에게 주려 하느냐.”
“글이 단정하고 명료한 느낌이라 좋다. 제목은 글 안에 있다.”
“그럼 하든가….”
그러고 나서도 부제로도 비슷한 토론을 이어갔지요. 부제가 정해진 뒤, 이 제목에 맞는 표지도 수십 건의 시안이 나왔습니다. 벼리고, 공유하고, 듣고, 반박하고, 수용하고, 수렴하고, 다시 하고… 최선의 최선을 거듭하는 이것이 편집인 것….
작두를 타지 않는 이상 제목 잘 짜는 법이 따로 있을까요? 팀장님들은 고민이 깊을 때면 밖에 나가서 걸어라, 서점 가서 많이 보고 와라 하시는데, 사실 제일 머리가 잘 돌아갈 때는 씻을 때입니다. 씻는 동안 IQ가 250은 된 것 같은데 문지방 넘자마자 기억이 안 남;;;;
결국 왕도는 없고, 평소에 좋은 제목들을 눈여겨보며 공부하는 것, 그리고 원고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파고 또 파는 것,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 제목 짜는 법, 인 것 같습니다. 분명히 더 좋은 게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결정마저 제목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에서 탈락한 제목들도 그 나름 좋았는데, 여기에 공개하면 재미있겠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끔 저는 편집을 무명의 헌신;;;;;이라고 생각하는데… (??????국정원?????;;;;) 독자에게 ‘이럴 수도 있었던 다른 선택지’를 내놓는 게, 책의 만듦새에 대한 변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결과물이 너와 나와 우리의 최선, 주어진 조건 속에서 가장 좋은 상태를 찾아나가 모양새를 갖추려는 노력의 끝 그 자체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지금 이 세계에서 책은 이 모습의 너뿐이란다.(표지갈이는요???? 개정판은요???)
앞서도 사용한 속된ㅋㅋ 표현이지만, 저는 오늘도 ‘안 짜치는 책’(='뻥카' 안 치고 저자, 역자, 회사, 독자, 사회에 내놓기에 안 부끄러운 책)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사짜 같은 표현 쓰면서 좀 진지했음. 개인적으로 제게 책 만드는 일의 재미는 이 ‘최선’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어떤 책이냐 하면. |